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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보다

writer. 한입

점심시간에 난 옥상에 갔다.

무슨 짓을 하기 위해 올라간 게 아니라,

필적확인에 나온, 그 하늘을 보기 위해서다.

고등학생이 된 뒤, 첫 모의고사라, 필적확인은 처음 써보았다.

그리고 탐구 시험을 다 치고 남은 시간 동안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말대로 티 없이 맑았다.

잠이 그렇게 오지 않아서 계속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생기진 않았지만, 하늘이 정말 예뻤다.

시험을 다치고 집에 갈 때도 하늘을 봤다.

계속 하늘을 보다가 앞을 못 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정말 어이없겠지만, 난 계속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대로 하늘에 올라가면 계속 하늘을 볼 수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을 뜬 채로 계속 누워서 하늘을 봤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했다.

몇 분,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계속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비디오 일시 정지한 것처럼 계속 하늘만 보였다.

난 이미 죽은 게 아닐까? 무엇 때문에 눈을 뜬 채 계속 하늘만 보고 있을까?

무슨 일이든 영원히 이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보는 건,

나에겐 죽다 살아난 것보다 더 큰 행운이 아닐까?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문제속의 문장 with 글쟁이 합작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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