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기 위해서 우린 여행을 떠나네
writer. 유일연
지중해의 태양은 강렬하고 크고 직선적이다. 모든 구석구석을 찾아드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는 솔 광장이 있다. 마드리드의 중심이다.
그곳에서 걸어서 프라도 미술관까지도 갈 수 있고,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까지는 조금 힘들지만 가능은 하다. '
근처 소광장에서 돈키호테 동상도 볼 수 있다.
스페인의 태양은 강렬하고 크고 직선적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태양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오후 한 시를 보낸다.
솔 광장에는 아주 잘 보이게 보다폰 매장이 있다. 이 층까지 있는데, 사람이 많다.
삼성 휴대폰도 많다. 스페인에서 갤럭시 시리즈를 쓰는 사람을 열에 서너 명 만날 수 있다.
넓은 골목으로 얼마 들어가지 않아서 야오야오llao llao 라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싸지는 않지만 양이 많다. 그리고 맛있다. 숟가락이 예쁘다.
스페인의 태양은 밤까지도 스며들어있다.
모든 사람을 찾아들어, 사람들로 북적이는 솔 광장에는 밤에도 스페인의 태양을 품은 사람이 많다.
1월 8일, 난생처음 스페인 태양의 한가운데 선 나는 강렬하고 크고 직선적인 스페인 태양이 아직 찾아들지 않은 이방인이었다.
나에게는 스페인 태양이 아니라 조용히 뜨거운 우리 집 앞 바다 위의 햇빛이 있었다.
마드리드에 3일을 머물고 이틀의 밤을 보내는 동안 스페인 태양은 끝내 내게 찾아들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다음 여행지로 떠나기까지 스페인의 태양을 나에게 간직하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조용한 햇빛을 안고 있었다.
그 햇빛은 스페인의 태양과 달리 조용했지만, 스페인의 태양과 같이 선명했다.
그래서 나는 다행히도 선명한 마드리드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본질적으로 나는 그들과 달랐지만 달리 선명한 내가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나 보다.
그들도 한 번쯤은 강렬하지 않은, 조용한 햇빛을 만나고 싶었나 보다. 다행이었다.
마드리드 말고도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어디의 어느 태양도 내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나는 여전히 조용한 햇빛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나는 보았다.
그 조용한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
그리도 선명할 줄이야, 몰랐다.
스페인의 강렬하고 크고 직선적인 태양이 좋다.
모든 구석구석을 찾아들어 끓여주는.
그러나 우리 집 앞 바다 위에 내려오는 조용히 뜨거운 그 햇빛만이,
스페인의 태양이 품지 못하는 나뭇잎까지 품다 못해, 자신의 선명함을 나누어 핥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후로도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는 걸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도 좋지만 이사를 가지 않고 이곳에 평생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곳의 조용히 뜨거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을 수 있는 햇빛과.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