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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writer. ㅎㄷ

오랫동안 앓던 폐병은 한없이 순수하고 해맑은 널 피폐하게 만들어갔다.

끝까지 별 아래에, 내 옆에 머물고자 했던 너는 핏기없는 입술을 달싹이며 용케도 '사랑해' 한마디를 입모양으로 만들어 보였다.

바스러질 것만 같은 미소가 포물선을 아름답게 드리우자,

한가득 별이 쏟아질 것 같았던 그날 밤 나는 별을 보는 너의 동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밤하늘로부터 내려와 네 눈구멍에 박힌 흐릿한 별은 나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지 오래다.

그날 밤은 뭔가 달랐고, 필사적으로 사랑한다는 모양을 수십 번도 넘게 되뇌던 너에게 나 또한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너를 사랑해, 하늘에 있는 별보다 더, 전에는 낯간지럽다고 나오지도 않던 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그렇게 별들이 뿌리를 내린 언덕 위의 새벽은 네가 눈을 감던 찰나의 순간까지 푸른빛으로 영글어갔다.

 

이별이라는 별은 너와 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훼방을 놓아버렸지만 그 순간까지도 나는 차마 눈물을 쏟아내지 못 했다.

그냥 그렇게, 당신이 생전에 그리 사랑하던 별이 되어 버렸다.

새벽에 잠시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푸른 언덕 위를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이 언덕 위를 한 번 쓸고 지나가자 풀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울렸다.

밤하늘은 어제와 같이, 여전히 아름다웠고 너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보았던 별들은 여전히 빛났다.

 

너와 함께했을 때처럼 난 언덕 위에 주저앉아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고, 드넓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눈물 한 방울이 얼굴 윤곽을 타고 흘러내려 별이 가득한 언덕 위를 적셨다.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너라는 별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문제속의 문장 with 글쟁이 합작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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