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kas
writer.루르엔
세상이 눈에 잠긴 날이었다.
그 날의 폭설은 나의 다리를 잠기게 할 정도로 몇 년 만에 내린 눈이 말썽을 부렸던 날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유난스런 날씨는 몇 해마다 생기는 하나의 흔한 일로 취급을 받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눈에도 사람들은 태연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런 폭설이 내린 날에는 거지 같은 난방과 함께 손님의 움직일 수 없는 도로 상태에 손님의 발이 뚝 떨어지기 일 수이다.
처음에는 그런 것도 모르고는 아까운 전기세만 날려 먹은 것도 처음의 몇 년.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운영에 따라서 일하는 사람들과 카지노에 들리는 사람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하나의 규칙이 생겼다.
그리고 그 뻔하다 뻔하다 규칙이 나를 추운 거리로 내본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눈으로 가득 쌓인 거리는 내 자리 하나 없었지만, 조금의 허전한 집을 뒤로할 수 있는 작은 계기는 되어주었다.
그렇다. 익숙하지 않은 적막으로 가득한 집은 언제나 나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카지노의 잡다한 소음과 몸의 활기를 띠어주는 음악의 소리를 듣고 온 후의 집안은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옅어지는 공기들은 얼음 조각이 되어서는 나를 날카롭게 찔렀다.
차를 마실 때도 씻어서 몸을 뉘 울 때도 식사를 하거나 하하 호호 웃으면서 혼자 TV 프로그램을 볼 때까지도.
나를 쫓아오는 그 날카로움이 낫지 않을 상처를 주려고 할 때 결국 문을 박차고는 길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길거리로 힘차게 나온 것치곤 할 일이 없었다.
제대로 챙겨온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 신세일 뿐인 나는 그저 추운 겨울의 거리를 걸으면서 거리 공연의 소리를 들을 뿐이었다.
제각각의 다른 소리는 아무리 잘 연주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작은 소음의 세계로 들렸다.
제 공간을 벗어나면 끝인 그 소음들은 내 귀를 조금 귀찮게 만들었다.
“저따위를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니. 요즘 예술도 다 가버렸네.”
차가운 겨울 공기에 닿은 입김이 안개가 되어서는 발아래로 떨어졌다.
뭉게구름을 보는 것처럼 둥둥 떠다니면서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 꽤 어린 시절이 되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내가 어릴 적에도 어른의 손에서 악기를 한 번 쥐어본 적이 있다.
제대로 켜보지 못한 바이올린의 음악이지만 우연으로 켜진 단 한 개의 음 소리에 반해버렸던 거 같다.
물론 정작 다 커버린 나는 그 음이 어떤 음이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다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단지, 조금은 신비로운 음색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지금의 귀를 울리는 소리처럼 말이다.
사람에게 기적을 의외로 쉽게 찾아온다는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서는 그 음색의 소리를 찾아 고개를 방황했고 소음 사이의 보석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짙은 머리카락 색의 남자가 있었다.
조금은 앳되어 보이는 10대 후반의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전혀 어설프다고 할 수 없는,
마치 바이올린과 한몸이 되어버린 것처럼 부드러운 연주를 하고 있었다. 밤 내내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처럼.
느릿한 선율과 그사이에 숨어드는 작은 음표들이 나를 자극했다.
내 몸 깊게 혈관에서 흐리고 있는 피를 순간 멈추게 한 거 같았다.
나는 숨을 쉴 수 없었고 숨을 내쉬거나 내뱉는 법을 모르는 아기처럼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서 바라만 보고 있던 것이다.
한 줄의 악보를 저렇게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침을 삼기고 눈을 뜨고서는 격한 감동 어린 숨을 숨기지 않고는 달려갔다.
곁을 지나가는 바람의 추위도 느끼지 못한 채로 뛰어가서는 사람의 벽을 지나서 그 남자의 앞에 섰다.
남자의 앞에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전까지 울고 있던 것인지 눈과 코 주위가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그 옆에서는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천사가 아이를 보고 웃으며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악기를 계속 잡았더라도 저런 천사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었을까?
삼키는 침이 입안에서 마르고 말라버려서 넘어가는 것이 없는 거 같았다.
나도 모르게 내뻗는 손은 빛을 바라고 있었다.
차가운 침묵에서 구원을 해주기를 바라는 하나의 익숙한 천사의 음악을 계속 바라고 찾아다니고 있었다.
“루카스.”
오랜 꿈에서 깨어난 후의 그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믿을 수 없는 천사의 음악을 가진 사람이기에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천사를
지금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감동의 시작이었다.
눈꽃이 화음에 귀를 적신다 :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